갈래길
8월의 INSIGHT 주제, ‘모두의 꿈은 부자’. 선정 도서는 김승호의 『돈의 속성』과 이서윤‧홍주연의 『더 해빙』*이었습니다. ‘돈’과 ‘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더 해빙』은 뒷광고 논란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도서를 선정한 점 죄송합니다.
두 책의 성격은 완전히 다릅니다. 『돈의 속성』이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이야기라면, 『더 해빙』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공통점이 있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은 본인에게 달려 있다는 것. 우리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갈래길 앞에 서 있다고 한다면, 우리의 선택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지게 되겠죠.
책 각각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우선 한번 살펴볼까요.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71940
부자가 말하는 부자의 기본 자격.
경제경영 분야의 책이지만, 읽기에 어렵지 않고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가치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저자인 김승호 회장은 실제로 JIMKIM HOLDINGS의 대표시죠. 본인이 성공하기까지 ‘돈’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해왔는지 정리해놓은 글이기에 자기계발서의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자는 이전에 <돈의 속성>이라는 주제로 했던 강연이 재생산되며 왜곡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성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돈을 다루는 지혜’, ‘돈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프롤로그가 인상 깊습니다.
돈이야말로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거나 도울 수 있고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살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돈의 지극히 평범한 가치다. 그러나 세상은 이런 평범한 가치를 유지하는 데 결코 평범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방식으로는 풍족한 돈을 가질 수 없다. 내가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돈을 대해왔는지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독자 역시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서 이 책에는 ‘돈의 다섯 가지 속성’과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능력’이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돈의 다섯 가지 속성으로는 [돈은 인격체다 / 규칙적인 수입의 힘 / 돈의 각기 다른 성품 / 돈의 중력성 / 남의 돈에 대한 태도]를,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능력으로는 [돈을 버는 능력 / 모으는 능력 / 유지하는 능력 / 쓰는 능력]을 다뤘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이 글에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몇몇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꼽아보고자 합니다. 우리에게 기본 지침이 되어줄 수 있는 말들을요.
<돈은 인격체다>
돈을 너무 사랑해서 집 안에만 가둬놓으면 기회만 있으면 나가려고 할 것이고 다른 돈에게 주인이 구두쇠니 오지 마라 할 것이다.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을 부자가 되게 하는 데 협조도 하지 않는다. 가치 있는 곳과 좋은 일에 쓰인 돈은 그 대우에 감동해 다시 다른 돈을 데리고 주인을 찾을 것이고, 술집이나 도박에 자신을 사용하면 비참한 마음에 등을 돌릴 것이다.
<돈마다 품성이 다르다>
돈을 벌 때는 가능하면 품질이 좋은 돈을 벌어야 한다. 품질이 가장 좋은 돈이란 당연히 정당한 방법으로 차곡차곡 모아지는 돈이다. 급여 수입이나 합리적 투자나 정당한 사업을 통해 얻는 모든 수입이다. (…) 이런 돈은 함부로 아무 곳에나 사용하지 못하며 이런 돈이 모여 자산이 되어 투자나 저축을 통해 이자를 만들어내면 마치 아들보다 더 예쁜 손자손녀 대하듯 귀해진다.
반면 이런 귀한 돈에 비해 일확천금처럼 얻은 카지노에서 딴 돈은 다음 카지노에서 다른 돈까지 데리고 나가고, (…) 투기에 가까운 투자나 급하게 부자가 되려는 마음으로 무모한 레버리지를 이용해 운 좋게 벌어들인 돈도 남에게 자랑하는 용도로 사용되다가 결국 모든 돈을 데리고 한꺼번에 집을 나가버린다. 때때로 나쁜 돈은 주인을 해하거나 그의 가족을 무너뜨려버린다.
흥미로운 관점입니다. 확실히, 돈은 단순한 물질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죠. 삶을 좌우하고,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돈이 많다고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많으면 대부분의 불행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도 말하고 있습니다. “가난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난이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도 못한다. (…) 빈곤은 예의도 품위도 없다.”라고요.
그러니 돈은 중요합니다. 그런 돈이 인격체라는 말, 돈에는 품성까지도 존재한다는 말 역시 일리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럼 좋은 돈을 벌어 부를 늘려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태도’와 ‘공부’죠.
<남의 돈을 대하는 태도가 내 돈을 대하는 태도다>
공금, 세금, 회비, 친구 돈, 부모 돈은 모두 남의 돈이다. 남의 돈을 대하는 태도가 바로 내가 돈을 대하는 진짜 태도다. (…) 내가 존중받으려면 먼저 존중해야 하듯 내 돈이 존중받으려면 남의 돈도 존중해줘야 한다. (…) 남의 돈을 존중하다 보면 그 돈이 내 돈이 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100억을 상속받았는데 절대 잃지 말라는 유언이 붙었다면>
100억 원은 거금이지만 일정한 소득을 손실 없이 만들려고 하면 생각보다 적은 돈이다. 반대로 말하면 나에게 276만 원의 정기적인 수입이 있다면 100억 원을 가진 자산가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 정말 100억 원을 가졌어도 276만 원 급여 생활자의 생활 태도를 넘어서는 순간 재산이 하향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검소하고 단정한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이 금융 문맹인지 알아보는 법>
금융 지식은 생존에 관련된 문제다. 앨런 그린스펀은 “글을 모르는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 무섭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맹(금융 문맹)인 사람은 자산을 지키고 늘리는 데 있어 무너진 성벽을 지키는 성주와 같다.
<능구와 공부>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다음 달이나 내년에 다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 돈을 벌고 투자하는 것도 노력하고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 어려워도 100일만 해보자. 100일이 어려우니 3개월만 해보자.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건 모두들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려면 머뭇대게 되죠. 남과 남의 돈을 존중하는 것,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하지만 게으른 사람이 부자가 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결국 실행하기를 택하는 것은 본인의 몫일 겁니다.
부의 실현, 부자가 되는 것에 있어서 ‘선택’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 그 경로를 정하는 것도 ‘선택’에 해당될 수 있겠는데요.
돈을 모으는 데 있어서 예금과 적금만이 다가 아니죠. 이 문제에 대해 저자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유명한 투자 격언을 인용해 다른 이야기를 펼칩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았는데 왜 모두 깨질까?>
전통적인 투자에는 예금, 적금, 부동산, 주식, 채권, 현물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한 시장 안에서 이런저런 상품을 사놓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격언에 따랐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 나 역시 주식을 10개 종목으로 분산해놓고 채권, 예금, 부동산 등으로 나눠놨다. 달걀을 각 바구니에 담아 식탁, 선반, 냉장고, 책상에 나눠놓은 것이다. 물론 너무 많은 분산은 이익도 분산시켜버리기에 각 시장 안에서 개별적 공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자산 배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감독(자산배분)이 중요한가? 선수(포지션)가 중요한가?>
자산의 투자도 팀 경기다. 한국의 투자는 자산배분보다는 투자 포지션에만 관심을 갖는 경향이 높다. (…) 마치 축구팀을 만들었는데 감독이 없어 선수들이 모두 공격수를 하고 있고 골키퍼도 공격에 가담하느라 골문을 비워놓는 경우와 비슷하다. (…) 돈은 각기 사연과 목적과 기간이 있다. 때문에 자산배분을 통해 어디에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투자해야 좋은지를 투자 전에 먼저 정해야 한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이렇게나 다양합니다. 그 수많은 길 중에서 어느 길을 선택해 어떻게 걸어갈지 잘 판단하기 위해서는 안목이 있어야겠죠. 각자 자신에게 있는 자산의 규모를 확인하고, 거기에 맞춰서 어떤 방법을 취할지 결정하는 것.
그러려면 신문과 뉴스를 많이 보아야 하고, 전체적인 경제의 흐름도 파악해야 하고, 정치적 상황도 이해해야 하고, 많은 경험과 체험을 통해 복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할 겁니다. 또한 나름의 창의력도 필요하겠죠. 틀에 박힌 사고로는 융통성 있고 적절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 테니까요.
여담으로 이 책에서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내용을 더 꼽아보자면, 투자에서 리스크가 클 때가 리스크가 가장 작을 때라는 것, 주식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 자신의 기준에 따라 투자를 하라는 것 등이 되겠습니다. 투자를 하시려는 분들은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더불어 진정한 경제적인 독립은 자신의 자본 소득이 근로 소득을 넘겨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때 이루어진다는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돈의 속성』은 이렇듯 우리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 알아두면 좋을 기본적인 부분들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말들일 수도 있겠지만, 실천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을 겁니다. 바로 그 ‘실천’을, ‘행동’을, 길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나아가기를 독려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73522
‘없음’에서 ‘있음’으로 바꾸는 Having의 힘.
『더 해빙』은 2020년 상반기 화제의 베스트셀러였죠.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이라는 유혹적인 부제로, 가지고 ‘있음’에 초점을 맞추어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른바 ‘Having’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Having’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돈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라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쇼핑할 때, 음식을 사먹을 때, 구매로 인해 돈이 ‘없어지는 것’보다는 그러한 구매를 할 수 있는 돈이 ‘있음’에 집중하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책의 공동저자인 ‘이서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30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의 재산을 가질 수 있는 운이 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운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Having’이라고 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겠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일명 ‘부자들의 구루’라고 불리는 이서윤과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이서윤을 찾아간 홍주연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책에 대한 평가는 우선 제쳐두고,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몇 부분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느끼고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에요. Having은 지금 이 현실에서 출발해야 해요. 미래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인 셈이죠. (…) ‘있음’에 주의를 기울일 때 당신을 둘러싼 세계는 다르게 인식될 거예요. ‘없음’의 세상에서 ‘있음’의 세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300만~700만 달러의 재산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갖고 있답니다. 안타깝게도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그릇을 채우지 못하고 있어요. 이 물컵을 보세요. 아무리 컵이 커도 물이 바닥에 찰랑찰랑하게 담겨 있다면 누구든 부족함을 느끼겠죠. 통계적으로 살펴봤을 때 자신의 그릇을 4분의 3만 채워도 누구나 풍요와 만족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어요. (…) Having은 부를 끌어당기는 힘이에요.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더 많은 물을 쉽게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죠. 이 모든 것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감정만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어요.
자신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열쇠는 생각이 아닌 감정이에요. 그동안 과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이성의 힘을 맹신해왔죠. 하지만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의 부속품이 되지 않으면서 주체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있는 비밀은 바로 ‘느낌’에 있답니다. 자신의 느낌으로 부를 창조하는 것, 그것이 바로 Having이죠.
Having의 핵심은 편안함이죠. (…) 진정한 편안함이란 내 영혼이 원하는 것과 행동이 일치될 때 느껴지는 감정이에요. 흘러가는 물 위에 떠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느낌이죠. 이 감정이 바로 우리를 부자로 이끌어주는 신호예요.
매트릭스에서 이런 말이 나오죠. ‘나는 네 마음을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곳으로 가는 문까지만 보여줄 수 있다. 그 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은 바로 너 자신이다.’ 결국 매트릭스를 깨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에요.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죠.
요약하자면 Having은 현재의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면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 편안함을 느낄 때, 바로 그런 ‘감정’을 느낄 때 실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Having은 주체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마인드셋을 변화시킬 때 부와 행운이 따라온다는 이야기겠죠.
하지만 의문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이서윤과 홍주연이 말하는 그 ‘Having’이라는 것이 과연 부와 행운의 진정한 답이 될 수 있는지요. 애초에 답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부자가 될 수 있는 단 하나의 대답이 ‘Having’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를 테죠. 각각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삶의 모습이 다를 것이고, 그에 맞추어 해야 할 선택도 다를 겁니다. 그런데 ‘Having’이 그 많은 변수와 상황을 타개할 온전한 답이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오만한 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비판점은 많습니다. 아래의 이유 때문에 『더 해빙』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첫째, 내용상의 빈약함. 이 책에서 이서윤은 자신의 ‘통계’에 근거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더 해빙』에서는 이서윤이 모은 그 ‘통계’가 무엇인지 짧게 소개해주고 있는데요.
부자들의 데이터를 재산의 크기와 성격에 따라 정밀하게 나눈다고 합니다. 같은 재산 규모도 부동산, 금융, 현금의 비율이 각각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분석되고, 금융의 경우 주식, 채권, 파생 상품의 비중, 주식의 직접 투자 혹은 간접 투자의 여부 등도 검토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수만 건의 분석이 가리키는 답은 “하나로 통하고 있었”다고, 이서윤은 말했습니다. 그게 바로 Having이라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서윤이 분석하고 검토한 수만 명의 부자들이 과연 정말 모두 Having과 비슷한 일을 실천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을뿐더러, 이서윤이 독자적으로 만들어낸 통계 자료는 이 책에서 제대로 명시되지 않습니다. 신뢰성이 높아질 수 없는 이유죠.
또한 ‘Having’이 의미하는 ‘긍정적인 태도’는 이미 『시크릿』 등을 위시한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이미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새롭지 않죠. 그 ‘새롭지 않음’을 극복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전개가 있어야 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더 해빙』이 우리에게 새로이 줄 수 있는 INSIGHT는 많지 않은 셈입니다.
더군다나 이 책에는 글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듯한 내용들도 적지 않게 보입니다. 예를 들어 홍주연이 이서윤을 만나러 간 이탈리아나 파리의 풍경 묘사가 자세히 실려 있기도 하고, 밑에서도 다시 말하겠지만 홍주연이 이서윤을 보고 느끼는 감상과 같은 내용도 제법 길게 쓰여 있습니다.
물론 독자에 따라 이런 것들이 흥미를 높여줄 수도 있겠지만, 이 때문에 『더 해빙』이 자기계발서가 아닌 소설이나 에세이 같다는 느낌도 분명 들었습니다.
둘째, 일종의 샤머니즘. 마음가짐을 바꾸고, 감정을 다스리면 원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은 미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시크릿』도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자본주의 샤머니즘’이라고 평하기도 했는데요.
공동저자인 이서윤이 운명학자다 보니 이런 샤머니즘적인 측면이 강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마음가짐과 사고방식을 변화시킨다고 해서 현실이 크게 달라지리라 믿는 것은 아무래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겠죠.
이 책에서도 인용된 바 있지만, 피케티는 “자본 성장률이 이미 경제 성장률을 추월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의 노력이 아무리 커도 상속 재산이 있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Having으로 이러한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쉽게 믿기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셋째, 이서윤의 우상화. 홍주연에 의해 묘사되는 이서윤은 마치 인간 너머의 존재인 것 같기도 한데요. 다음을 보실까요.
문에 들어서는 그녀의 모습이 선명하지는 않았으나 그녀가 구루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주변에 흐르는 공기의 느낌이 달랐던 것이다. 새벽 안개에 휩싸인 듯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주변을 압도하는 위엄 있는 존재감이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다가왔다. 놀랍게도 그 몇 초 동안 서윤이 계속 다르게 보였다. 꽃이 만개한 봄, 정열의 여름, 낙엽이 내리는 가을과 차가운 겨울. 이 모든 계절이 그녀의 눈 속에서 차례차례 지나갔다.
실제로 만나본 그녀는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듯 신비롭고 매혹적인 여성이었다. 그래서 선뜻 다가서기가 더 어렵게 느껴졌다.
실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묘사라기에는 조금 과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주관적이라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고, 잘 와 닿지 않게 됩니다. 『더 해빙』이 소설같이 생각되는 또 다른 이유기도 하죠.
『더 해빙』은 책이 가진 명성과, 또 받은 찬사에 비해서는 아쉬운 면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Having’을 마치 진리처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겠죠.
부를 실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음을, ‘Having’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될 수 없음을 이 책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갈래길이 있습니다. 그중 어떤 길을 걸어갈지는 선택할 권리는 모두에게 주어진 고유의 몫이고, 또 그 과정들은 각각 의미를 가지겠죠. 이번 8월의 <갈피 INSIGHT>, ‘모두의 꿈은 부자’에서는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은 여러 갈래임을, 그리고 그 길을 걸어가기에 앞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 있음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어떤 것도 정답이 될 수 없으리라는 말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치고 싶습니다.
From. 경북대학교 중앙도서관 BIK 프로그램 소속 팀 ‘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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